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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의 뜻밖의 하루
최근 좌절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다.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나는 그저 무방비하게 그 좌절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인생에서 한 번씩 그런 나날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 자리에 누워도 사로잡힌 생각은 머리를 떠나지 않고, 내가 여기서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몇 시간이고 고민하다가 밤을 지새우는 그런 하루의 끝들. 그저 여기서 포기하고 단념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이 나를 휘두르는 대로, 그저 그렇게 휘둘리는 것뿐이겠지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바랬는데, 그런데 왜 세상은 나한테 여기 까지라고만 얘기하는 거지? 세상은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깊은 심연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흔히들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
작년에 회사에 취업하고 나서, 남몰래 세운 나만의 회사생활 목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칭찬 폭격기가 되는 것! 간호사를 하고, CRC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나 스스로의 업무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가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 동료들과 얼마나 친화적인 관계를 형성하느냐도 직장 생활에 매우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혼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무리 속에서 더불어 함께 일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고독하고 카리스마 있고 일만 하는 독고다이보다, 다정하고 친화적이고 협력하는 사람이 조직 속에서 오래 살아남는 것을 종종 봐왔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나오는 위의 문장처럼, 이..
이번 주 우리 회사와 관련 업계에 있는 기업에서 워크샵을 개최한다는 공문을 받고 참여하게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루틴 업무에 익숙해지고 다소 엇비슷한 하루들을 보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취준 할 때보다 오히려 더 새로운 정보와 지식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게 되었다. 특히나 데이터 업무라는 것이 매일매일 변화하고 발전하는 산업이다 보니 그 트렌드를 캐치업하기 위해서 꾸준히 업무 관련 지식에 대해 귀를 열어놓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느껴진다. 어쩌다 보니 CRC 할 때 심포지엄 하던 때와 똑같은 베뉴에서 워크샵 참석을 하게 됐다. 근 1년 만에 똑같은 호텔, 똑같은 홀에서 행사를 하는데 나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하고 있다. 매일은 그저 똑같이 사는 줄 알았는데 나름 많이 컸구나 싶은 마음도..
2020년에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고서 러닝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러닝을 시작한 친구를 따라서 나도 우연한 기회에 러닝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나와 너무 잘 맞는 운동이라 2년 넘게 지속해 왔다. 마침 집도 한강과 멀지 않은 거리였기 때문에, 한강 야경을 배경으로 달리는 기분은 말로 이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러닝은 다이어트를 위한 목표이기도 했지만 일상을 벗어나는 스트레스 해소 창구이기도 했다. 기록을 살펴보니 2년간 1,000km가 넘게 달려왔더랬다. 하지만 작년 말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 오면서, 내가 2년간 한결같이 달리던 러닝 트랙에서 더 이상 달리기 어렵게 됐다. 환경이 바뀌니 괜스레 마음도 바뀐 건지 그만 런태기(?)가 오고 말았다. 러닝은 달리는 행위 그 자체만이 아니라,..
간간이 블로그를 통해 이직 이야기,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장 이야기에 대해 포스팅하고 있다. 사실 임상시험 분야가 아직 일반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도 하고, 심지어 간호학과 출신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이 거의 잘 모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포스팅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요즘 어떻게들 알고 오시는지, 댓글로 문의를 주시는 분들도 한 번씩 있고 조금은 신기한 생각도 든다. 내가 처음 CDA를 시작할 때만 해도 관련 직무에 대해 정보를 접할 기회가 너무나 한정적이었다.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은 인더스트리이다 보니, 현직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도 선뜻 자신의 직장과 커리어에 대해 오픈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겠다 싶다. 그래서 나도 연구간호사를 할 때만 하더라도, CDA가 뭔..
나는 보통 책을 읽거나 강연을 보는 등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보다는 사색을 통해 나의 다음 길을 찾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는 편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해주는 '이렇게 하는 게 좋다'라는 조언을 받아들이기보다도 나 스스로의 생각하는 힘으로 나의 길을 정할 때 더욱 분명 해지는 경향이 있다. 혼자 보내는 조용한 주말 시간, 내내 비가 내려 집 안에 머물러있다가 늦은 오후 비가 개어 혼자 한강을 둘러보러 나왔다. 집에만 있으면 돌에 매달려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만 같던 머리가,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다 보면 맑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들로 샘솟는다. 지금의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도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어느새 적응을 했는지 이제는 회사생활이 점차 익숙해진다. 나를 끊임..
어제와 비슷한 오늘 하루를 살면서 또 잠깐의 망상 타임을 가졌다. 어쩌면 인생에 운명이라는 게 있지 않을까? 이미 정해진 틀 같은 거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조금 겪고 보니 한 사람의 지난날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다음에 갈 길을 대충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단순하게 예를 들어보자. 내 앞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는 사람을 보면, 아 저 사람은 내일도 담배를 피우겠구나 뭐 이런 예측을 해볼 수 있겠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지금껏 10년 넘게 담배를 피워왔다고 했을 때, 저 사람이 내일 담배를 필지 안 필지 충분히 예상이 된다. 물론 그 예상이 무조건 그렇게 일어나리라는 단정은 아니지만 이는 분명히 설득력 있는 가정이고, 바로 그걸 운명이라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사람이 어느 순간 결심을..
간호사 퇴사 후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여러 정보를 찾아보면서 느낀 점은, 간호사 탈임상 진로로 대부분 CRA를 많이들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직을 준비하면서는 CRA를 늘 염두에 두고서 생각해 왔지만, CRO에 취직하고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보니 CRA 말고도 수많은 다른 선택지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임상시험업계가 아직 대중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다 보니, 어떠한 직군들이 있는 건지, 심지어 관련 학과 출신들조차 생소해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중에서도 CRA는 그나마 간호사 탈임상 후 진로로써 많이 알려져 있는 듯하다. 그 원인으로 생각해 보건대 CRA는 늘 더 많은 인력들을 필요로 하는 직군이기도 하고, 임상시험 업계에서 간호사와 가장 많이 닮아있는 직군이라서가..
결정론이냐 자유의지론이냐 하는 논의는 지난 몇 달간 내가 곰곰이 생각해 오던 주제였다. 매일을 살아가다 보면 우연에 우연이 겹쳐 내 하루가 구성되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몇 년이 지나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았을 때는, 우연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어떠한 거대한 힘 같은 것이 내 생에 작용하여 여기까지 흘러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고등학교 삼 학년이었을 때는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수능을 불과 한 두 달 남겨놓았던 때였는데, 대여섯 개 대학에 수시를 지원해 놓고, 그중 이미 2개 대학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던 상태였다. 그 두 개 대학은 내 기준 상 나름 안정권이라 생각하여 무조건 붙겠거니 생각해두고 있던 대학이었는데, 그 '안정권' 대학들에 연거푸 퇴짜를 맞아놓았으니 대학을 자신의 ..
블로그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내 블로그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가장 최근 작성한 글의 날짜가 22년 7월이었으니까 벌써 8개월가량 지난 것이다. 8개월 남짓의 시간 동안 인생의 여러 사건들을 겪고 이런저런 곡절을 지나오다 보니 이 공간에 무심한 채 이렇듯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었나 보다. 사실 글쓰기는 엄청나게 쉬운 일이면서, 또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써낼 수도 있는 반면에 그 마음을 먹지 못하면, 먹어지지 않으면 죽어도 안 써지는 게 글이라는 것이다. 지난 한 몇 개월은 나 자신을 채우는 데에만 열심이었던 것 같다. 임상시험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 관련 공부를 하고, 멀지 않은 미래에 해외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뜻에서 영어 공부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