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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 유산소, 다시 시작하기

세나SENA 2023. 7. 15. 15:03

2020년에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고서 러닝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러닝을 시작한 친구를 따라서 나도 우연한 기회에 러닝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나와 너무 잘 맞는 운동이라 2년 넘게 지속해 왔다.

마침 집도 한강과 멀지 않은 거리였기 때문에, 한강 야경을 배경으로 달리는 기분은 말로 이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러닝은 다이어트를 위한 목표이기도 했지만 일상을 벗어나는 스트레스 해소 창구이기도 했다.

 

기록을 살펴보니 2년간 1,000km가 넘게 달려왔더랬다.

 

하지만 작년 말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 오면서, 내가 2년간 한결같이 달리던 러닝 트랙에서 더 이상 달리기 어렵게 됐다.

환경이 바뀌니 괜스레 마음도 바뀐 건지 그만 런태기(?)가 오고 말았다.

 

러닝은 달리는 행위 그 자체만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달리는지에 따라 나의 만족감의 폭이 크게 달라졌다.

2년간 한강에서 꾸준히 달리는 것을 질리지 않고 좋아했던 이유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강 건너편 뷰를 바라보는 것을 정말로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사를 오면서 내 마음에 들만큼 탁 트인 뷰를 가진 예쁜 러닝 트랙을 발견하지 못한 점이 컸기 때문일까?

매일 러닝이 숙제같이 느껴지고 미루고 싶은 미적거리는 권태감이 올라오더라.

 

그래도 운동을 안 할 수는 없겠다 싶어 다이어트는 역시 근력운동이지! 하는 생각으로 정말 오랜만에 헬스장을 등록하기도 했다.

2-3개월은 주 5일 한 시간 넘게 헬스장 출석을 할 정도로 열심히 다니기도 했지만...

가만히 앉아서 쇠질을 한다는 게 나랑은 꽤나 안 맞는 운동이구나 싶었다.

어떻게 다들 그 지겨운 반복운동을 몇 달이고 해낼 수 있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 근력운동이 정말 재미있어서 하는 걸까?

라는 물음들만 자꾸 생겨났다.

 

 

한 동안 근력운동에 골몰하다가 한바탕 번아웃을 겪고 나서...

어금니 꽉 깨물고 눈 부릅뜨고서 하는 그런 운동 말고, 한바탕 치열하게 일 치르는 듯한 그런 운동 말고,

내가 진짜 즐거워하는 운동으로 다시 돌아가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잘했던 러닝을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다만 직장인이다 보니 매일 저녁을 밖에 나가서 뛰다 보면 나의 개인 시간이 너무 짧기도 해서

아침 시간에 여유를 내어 근처 헬스장에서 짧게 짧게 뛰자는 목표를 잡았다.

 

그간 운동을 꾸준히 해보니, 너무 높은 목표를 잡으면 성취감은 높지만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번아웃이 오는 나를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스스로를 너무 쪼지 않고 즐겁게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려 한다.

 

 

사무실 출근하는 날에는 8시까지 출근이기 때문에 아침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가볍게 5시에 일어나주고, 재빠르게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나는 아침에 빠르게 움직여야지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듯하다.

오전에 아무 스케줄 없는 주말 같은 날에는 되려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들여다보기 때문에, 정작 하는 일은 없는데도

바쁘게 움직이는 아침보다 오히려 더 무기력하고 우울해진다.

당장 몸이 편한 것보다 뒤돌아보았을 때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행동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더 떳떳할 거라 생각하며

덜 뜬 눈을 비비면서 침대에서 튕겨나간다.

 

 

 

요즘 한국 날씨는 거의 동남아의 우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가 자주 내리고 우중충하다.

 

아침 5시가 조금 넘었는데 아직 아침 해가 뜨지 않은 건지,

아니면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인지

집 밖을 나서서도 어두컴컴하다.

 

겨울철 출근길에 아침 하늘이 이렇게 어둑어둑할 때는

괜스레 '별 보며 집 나섰다가 별 보며 집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곤 했는데,

오히려 운동 나가는 길에 적막한 길을 보면

남들과는 다른 하루를 시작하는 듯한 착각에 뿌듯해졌다.

 

 

 

 

새벽 5시에도 의외로 드문드문 사람들이 있었다. 이른 새벽에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자극이 뿜뿜한다.

헬스장에 가서 가볍게 3km를 뛰어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한창 땀을 흠뻑 흘리고 왔는데도 6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기분 좋았다.

 

 


잠이 깬 지 얼마 안 된 아침 시간에 러닝을 하는 것은 사실 체질에 따라 몸에는 조금 무리일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 조금 있고, 실신 이력이 몇 번 있는 나로서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겠다는 의식을 늘 갖고 있다.

 

특히나 전날 늦은 점심 이후 거의 16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음날 아침 길게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은 급격히 혈압을 떨어트리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늘 나의 컨디션을 자세히 살펴서 무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러닝 페이스를 7분 30초로 낮추고, 거리도 3km 정도로만 계속 유지해야겠다.

결국에 중요한 건 내가 정한 목표를 얼마나 유지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운동하면서 느낀 공복 유산소의 제일 큰 장점은 바로 식욕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력운동을 하던 때에는 자꾸만 먹을 것이 당기고, 평소 식사량도 자꾸만 오버하게 되더라.

물론 활동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신체에서 요구하는 섭취량도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나는 건강한 돼지가 되기 위해 운동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 부분이 자꾸 마음에 걸렸었다.

하지만 공복 유산소로 운동 루틴을 바꾸고 나니,

운동을 안 하고 쉬고 있을 때와 식사량을 거의 동일하게 유지해도 속이 허하거나 음식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등

강박이 일어나지 않았다.

가벼운 공복 유산소만 하고 보니 근력운동을 했을 때 유지하던 식사량의 70% 정도만 섭취해도 크게 배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직장 동료들과 치맥 회식...^^

이렇게만 놓고 보면 이율배반적일지 모르겠으나... 근력운동 할 때는 눈 돌아서 마구 먹었겠지만 생각보다 덜 먹게 되더라.

저녁 회식이 잡힌 날에도 공복 유산소로 관리해 주니 고삐 풀린 듯이 먹고 마시지 않고,

적당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다이어트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은 정말이지 끝없는 싸움인 것 같다.

끝없는 나와의 싸움.

이 세상에 싸울 게 얼마나 많은 데 그중에서도 나 자신과 싸우는 게 제일 힘들다.

 

 

백만 대군을 이긴 장군보다도 자기 스스로를 이기는 자가 더 강인한 자라는 말이 있지 않는가?

그처럼 이번에도 공복 유산소를 꾸준히 유지해서 멋진 기록을 한번 남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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