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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의 뜻밖의 하루
미래는 알 수 없고 우리는 심연에 둘러싸여 있다.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왜 하루하루를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는가? 가까운 이의 죽음을 지켜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죽을 수 있는 게 인간인데, 나는 그간 무엇을 좇으며 인생을 살아왔을까? 내일 당장 내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래, 그래도 난 꽤 괜찮은 삶을 살았어.' 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결론은 내가 바라는 대로, 내가 뜻하는 대로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주어진 것들만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하는게 아니라,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나는 어떤 걸 좋아하지? 언제 가장..
작년 한 해 동안 간호대생 4학년의 최대 고비인 취준, 국시, 졸업 3대 업을 모두 해치웠다. 아아아, 도대체 간호대생 4학년은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길래 이리도 고생해야 한단 말인가!!! 라고 한탄하며, 엉엉 울며 정신없이 보낸 1년이었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갑자기 백수가 되고 나니,,,, 현타가 왔다. 입시를 위해 달리고, 학점을 위해 달리고, 취업을 위해 달리고 그저 달리고 달리기만 했던 인생을 살다가 이제 달리기가 끝났다고 하니까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다들 한 번씩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시험 전날에는 시험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다 생각해두었다가도 시험이 막상 끝나면 하고 싶은 게 없어지고 허송세월만 했던 경험들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 같다. 해야 ..
우연히 몇 년 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았다. 몇 백 개씩이나 쌓인 알림을 대충 훑고 역시나 수없이 쌓인 피드를 무심히 스크롤했다. 스크롤을 내리던 중 '알 수도 있는 친구 추천' 칸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대학생 시절, 수년을 함께 알고 지냈던 선배였다. '아직도 열심히 살고 계시려나...' 최근 게시물이 불과 몇 주 전이었으므로 여전히 페이스북 업로드를 하고 있는 듯했다. 연락이 끊긴 지 꽤 됐지만 오랜만에 이렇게라도 마주하는 얼굴은 반가웠다. 그 선배 페이지를 통해 수 없이 많은 페이지들을 타고 들어가며 잊고 지냈던 얼굴들을 다시 만났다. 비짓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반가웠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못할 마음이었다. 함께 거리를 쏘다니고, 한밤에 손을 맞잡으며 눈물 흘리고, 이리저리 소리도 지르고,..
간호대 4학년 1학기 모성 간호 실습으로 분만장에서 1주일 간 실습한 적이 있다. 1주일 동안 분만장을 돌면서 여러 분만 케이스들, 그러니까 산모들의 출산 현장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았다. 산모들이 여러 시간 동안 진통하는 모습과 자연 분만, 제왕절개 케이스 모두를 관찰했던 것이다. 분만장 실습 첫날부터 자연 분만 케이스를 관찰했는데, 그 적나라한 광경에 속이 울렁거리고 땅이 움직이는 듯했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는 모습은 가히 충격이었다. 제왕절개 케이스는 그보다도 더 지켜보기 어려웠다. 산모의 배와 자궁을 절개한 뒤 쇠 막대로 절개 부위를 옆으로 째고 늘리며 그 속에서 아기를 끄집어내었다. 분만장에서 함께 실습했던 동기들은 저마다 '나는 애 못 낳겠다'라고 한 마디씩 했다. 그만큼 고통스럽고 지난한..
몇 주 전, 뻐근한 뒷목 때문에 정형외과를 방문했다가 '경추 부정렬' 진단을 받았다. 찾아보니 대충 거북목, 일자목의 어려운 의학적 표현이더라. 정상적인 사람의 목은 머리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완만한 커브를 형성해야 하는데 엑스레이에서 보여지는 나의 목은 앞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다고 했다. 허옇게 찍힌 나의 목뼈 사진을 거대한 모니터 화면에 띄운 상태로 의사는 마우스를 움직이며 뼈 형태를 따라 붉은색 형광펜으로 커다란 S자를 표시했다. '자, 여기 경추가 조금 앞으로 기울어져 있네요?' 한 사람의 성격은 얼굴 주름에서, 라이프 스타일은 몸에서 알 수 있다더니, 딱 내가 그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고개를 잔뜩 숙인 채 구부정하게 의자에 앉고, 머리를 깐딱깐딱하면서 핸드폰 화면을 몇 시간째 들여다보았던 ..
우리는 아마 평생 외롭지 않을까? 언제 어디에 있든, 누구와 함께 하든, 혼자 있든, 낮이든 밤이든 외로움은 불쑥불쑥 찾아온다. 누구도 외로워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누구도 내 삶에서 더 이상의 외로움은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득 이 세상은 인간의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투쟁'으로 지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과 어울려 취하게 하는 술. 바쁘게 움직이는 거리의 차들과 사람들. 현란하게 반짝이는 거리의 불빛들. 무한한 얼굴들로 가득 차는 SNS 화면들. 나의 가슴 속 깊이 참을 수 없는 무언가, 견딜 수 없는 그 공허함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평생을 바친다. 한시라도 공허한 순간은 버티기 힘들다. 그 미세한 틈마저 메우기 위해 멍하니 핸드폰 스크롤을 내리고, 순간 나의 이목을..
내 연인은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 아니다, 고쳐 말하자면 나의 기대만큼 연락하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의 연락은 잠들기 전 밤 시간이다. 밤에 잠들기 전, 매일 11시쯤에 한 시간씩 통화를 하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것이 우리의 의례가 되었지만, 그 이외의 연락은 드물다. 따로 데이트 약속 없이 서로 각자의 하루를 보낼 때에는 카톡 답장 텀이 2시간은 기본이다. 그러다보니 하루 동안 서로 오가는 카톡 대화 내용은 핸드폰의 한 두 화면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처음엔 참으로 속상하고 답답했다. '그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만큼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건가?' 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내가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을 않는건가?'를 거쳐 결국엔 '그 사람은 나만큼 나를 사랑하..
안녕하세요, 세나입니다 새로이 블로그를 열고 첫 글을 무얼로 시작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우선 제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저는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취업을 해놓고 지금은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웨이팅게일, 즉 백수입니다^^ 많은 간호학과 학생들이 그렇겠지만 저 또한 학교 다닐 때 학과 공부하랴, 스펙 쌓으랴(하지만 돌이켜보면 대단하게 쌓아놓은 것도 없었네요,,,쩝) 이것저것 하느라 정작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이 잊으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합법적 백수 신분인 지금이야말로 바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핑계 없이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듯 해요 그래서 바로 행동으로 옮겨 블로그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이 블로그라는 작은 공간에서 저의 일상과 소소한 도전들, 생각들을 끄적여볼까 합니다 간호사로 발령받게 되면 직장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