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연락이 드문 연인 대처법 본문
내 연인은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 아니다, 고쳐 말하자면 나의 기대만큼 연락하지 않는 편이다.
대부분의 연락은 잠들기 전 밤 시간이다. 밤에 잠들기 전, 매일 11시쯤에 한 시간씩 통화를 하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것이 우리의 의례가 되었지만, 그 이외의 연락은 드물다.
따로 데이트 약속 없이 서로 각자의 하루를 보낼 때에는 카톡 답장 텀이 2시간은 기본이다. 그러다보니 하루 동안 서로 오가는 카톡 대화 내용은 핸드폰의 한 두 화면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처음엔 참으로 속상하고 답답했다.
'그 사람은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만큼 나를 생각해주지 않는건가?' 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내가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을 않는건가?'를 거쳐
결국엔 '그 사람은 나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라는 절망적인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과 5개월 넘게 연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의 표현은 연락의 빈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은 참으로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다. 특정한 형태를 가지지도 않았고 수치화할 수도 없다.
각자의 마음 속에 심상의 형태로만 남아있어 다른 사람이 그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의 머릿 속으로 들어가보지 않는 이상, 상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어떻게 상대방의 생각을 알겠는가?
그러나 사랑은 향기와 같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 은은한 향기는 느낄 수 있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서 숨길 수 없는 것은 재채기와 사랑이라고.
연인 간에 사랑은 다정한 말투로도, 따뜻한 눈빛으로도, 마주 잡는 손에서 퍼지는 온기로도 표현될 수 있다.
물론 상대방에게서 도저히 나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 관계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연인과 함께 있을 때 이 사람에게서 어떠한 형태로라도 사랑을 느꼈다면,
굳이 연락의 빈도나 표현 속에서 사랑을 증명받고자 할 필요는 없겠다는 것을 느꼈다.
연애의 모든 순간이 최고의 행복일 수는 없다.
어떤 때는 그저 잔잔히 흘러가는 시간을 관망하는 여유도 필요하다.
하하호호 웃어야만 행복이 아니고, 펑펑 울어야만 슬픔이 아니듯이
사랑이 고요함에 잠길 때에도 사랑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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