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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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드는 생각

올바르게 살기가 어려운 이유

세나SENA 2021. 5. 5. 21:11

몇 주 전, 뻐근한 뒷목 때문에 정형외과를 방문했다가 '경추 부정렬' 진단을 받았다.

찾아보니 대충 거북목, 일자목의 어려운 의학적 표현이더라.

 

정상적인 사람의 목은 머리의 하중을 받치기 위해 완만한 커브를 형성해야 하는데

엑스레이에서 보여지는 나의 목은 앞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다고 했다.

허옇게 찍힌 나의 목뼈 사진을 거대한 모니터 화면에 띄운 상태로

의사는 마우스를 움직이며 뼈 형태를 따라 붉은색 형광펜으로 커다란 S자를 표시했다.

'자, 여기 경추가 조금 앞으로 기울어져 있네요?'

 

 

한 사람의 성격은 얼굴 주름에서, 라이프 스타일은 몸에서 알 수 있다더니,

딱 내가 그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고개를 잔뜩 숙인 채 구부정하게 의자에 앉고, 머리를 깐딱깐딱하면서 핸드폰 화면을 몇 시간째 들여다보았던 과거의 나를 새삼 발견했다.

무심코 나의 목을 혹사시켰던 업보를 이렇게 돌려받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찌 하랴. 거북목, 일자목은 하루 아침에 치료되는 게 아니라서 근본적으로 나의 자세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과거의 나는 이미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왜 이렇게 되었냐고 붙잡고 따질 사람도 없다.

이제부터는 끊임없이 의식적으로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근데 이게 말이 쉽지 상당히 어렵다.

자세는 마치 숨 쉬는 것과도 같아서 알아차리지 않으면 어느샌가 무의식적으로 원래 나의 자세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지속적으로 올바른 자세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익숙했던 과거로 계속 계속 회귀하려 한다.

 

'어깨는 내리고, 귀 어깨 사이 멀리, 정수리는 위에서 누가 잡아당긴다는 듯이 높이'

 

마치 주문을 외듯, 속으로 이렇게 얘기해놓고서 몇 분만에 망각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돌아간다.

그러다가 또다시 스스로 얘기하기를 반복한다.

 

 

과거의 내가 쌓아올린 습관은 그 위력이 상당했다.

무의식이라는게 이렇게 크게 작용하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과거의 나에게서 더 나아가고 싶은 나는 주문 외기를 멈출 수가 없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 안에서 노 젓기를 그만두면 배는 거꾸로 흐를 수밖에 없다.

바르게 산다는게 그래서 어려운 것 아닐까?

내 뜻대로 살아보려 해도 고착화되어버린 나의 관습들이 연거푸 발목을 잡는다.

나 스스로를 계속해서 타이르고 다스리는 수밖에.

'그래도 가자, 가자.'

 

그러다가 어느 지점을 거치면 나에게 역행하는 물살은 그치고, 순풍을 타게 될 그 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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