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그건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테야 본문

살면서 드는 생각

그건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테야

세나SENA 2021. 5. 7. 22:50

우연히 몇 년 만에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았다.

몇 백 개씩이나 쌓인 알림을 대충 훑고 역시나 수없이 쌓인 피드를 무심히 스크롤했다.

스크롤을 내리던 중 '알 수도 있는 친구 추천' 칸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대학생 시절, 수년을 함께 알고 지냈던 선배였다.

'아직도 열심히 살고 계시려나...'

최근 게시물이 불과 몇 주 전이었으므로 여전히 페이스북 업로드를 하고 있는 듯했다.

연락이 끊긴 지 꽤 됐지만 오랜만에 이렇게라도 마주하는 얼굴은 반가웠다.

 

 

 

그 선배 페이지를 통해 수 없이 많은 페이지들을 타고 들어가며 잊고 지냈던 얼굴들을 다시 만났다.

비짓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반가웠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못할 마음이었다.

함께 거리를 쏘다니고, 한밤에 손을 맞잡으며 눈물 흘리고, 이리저리 소리도 지르고, 있는 객기 없는 객기 다 부렸던, 영원히 함께 할 듯했던 그 시간들이 무수히 스쳐 지나갔다.

'이 친구, 후배였지만 참 멋있었어. 고생하느라 얼굴이 핼쑥한데도 더러 내가 걱정할까봐 내게 웃어 보였었지.'

'이 친구도 아직도 멋있게 사는구나. 참으로 대쪽 같은 사람이었지.'

'선배도 잘 계시네. 밖에서는 강인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대할 땐 한없이 부드러웠어. 그때 많이 좋아했었는데.'

 

 

 

나를 떠나간 사람들, 내가 떠나 온 사람들. 더 이상 돌아가지 못할 시절들.

아니, 돌아가라고 해도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는 너무나 좋았는데 왜 서로 멀어져야만 했을까.

 

 

그저 아마 우리 사이에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테다.

그때는 함께 걸었지만 지금은 비껴서 있는 것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질 게 아니라, 그저 우리가 시간을 거쳐왔기 때문이리라.

 

 

 

나는 참으로 많은 시간의 곡절들과 얼굴들의 변화를 지나 여기까지 왔구나.

하지만 앞으로 걸어 나가야 할 길에 비하면 아직은 짧겠지.

지난날을 회상하면 아련한 회한과 애달픔이 밀려온다.

다만 그 시절 원 없이 사랑했던 기억은 아직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겠지? 후회 없이 내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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