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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드는 생각

다 지나서 쓰는 분만장 실습 일기

세나SENA 2021. 5. 6. 22:11

 

간호대 4학년 1학기 모성 간호 실습으로 분만장에서 1주일 간 실습한 적이 있다.

1주일 동안 분만장을 돌면서 여러 분만 케이스들, 그러니까 산모들의 출산 현장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았다.

산모들이 여러 시간 동안 진통하는 모습과 자연 분만, 제왕절개 케이스 모두를 관찰했던 것이다.

 

 

분만장 실습 첫날부터 자연 분만 케이스를 관찰했는데,

그 적나라한 광경에 속이 울렁거리고 땅이 움직이는 듯했다.

살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는 모습은 가히 충격이었다.

제왕절개 케이스는 그보다도 더 지켜보기 어려웠다.

산모의 배와 자궁을 절개한 뒤 쇠 막대로 절개 부위를 옆으로 째고 늘리며 그 속에서 아기를 끄집어내었다.

 

 

분만장에서 함께 실습했던 동기들은 저마다 '나는 애 못 낳겠다'라고 한 마디씩 했다.

그만큼 고통스럽고 지난한 과정이라는 것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일 테다.

 

 

인간이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통과 피칠갑을 거쳐야 하는가. 그 모습에 내 다리마저 떨리는 듯했다.

하나의 인간을 세상에 내오기 위해 자신의 생살을 찢고 피를 쏟는 어머니들의 심경은 또 어떠했을까 생각했다.

완전히 기진맥진하여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와중에도 아기를 보는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의사의 무심스러운 말 한마디에도 산모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그치지 않았다.

 

 

 

실습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지나치는 사람들 그 누구도 쉬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다 저렇게 태어났겠구나.

겉모습이나 나이는 다 달라도 이 세상에 오기 위해 모두들 고통과 눈물을 달고 나왔겠구나.

그 아이를 안아보기 위해 그 부모들은 얼마나 아픔을 견뎌야 했겠으며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 얼마나 벅찬 심경으로 '너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단다. 그저 행복하게만 살아다오.'라며 두 손 모아 기도했을까.

혼자 와서 혼자 간다고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렇게 세상으로 온 것이다.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를 참으로 좋아한다.

그렇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더 너른 마음으로 내 삶 속에서 만나는 이들을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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