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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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전

간호학과 졸업한 백수가 사는 법

세나SENA 2021. 5. 8. 17:59

작년 한 해 동안 간호대생 4학년의 최대 고비인 취준, 국시, 졸업 3대 업을 모두 해치웠다.

아아아, 도대체 간호대생 4학년은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길래 이리도 고생해야 한단 말인가!!! 라고 한탄하며, 엉엉 울며 정신없이 보낸 1년이었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갑자기 백수가 되고 나니,,,, 현타가 왔다.

입시를 위해 달리고, 학점을 위해 달리고, 취업을 위해 달리고 그저 달리고 달리기만 했던 인생을 살다가

이제 달리기가 끝났다고 하니까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다들 한 번씩 이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시험 전날에는 시험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다 생각해두었다가도

시험이 막상 끝나면 하고 싶은 게 없어지고 허송세월만 했던 경험들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 같다.

 

해야 하는 일들이라서 꾸역꾸역 다 했는데...!

심지어 나는 학교를 늦게 졸업해 6년이나 간호대에 몸담았다(...)

6년의 세월을 보상해줄 무언가는 바깥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참 크게 느꼈다.

 

 

갑자기 세상에 던져진 느낌이랄까.

더 이상 정해진 길은 없었다. 더 이상 누군가 과제를 주지도 않았고 마감 기한을 일러주지도 않았다.

그냥 이제 내가 알아서 길을 정하고, 그 책임을 져야 했다.

정해진 트랙을 열심히 달리다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니 갑자기 허허벌판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태껏 주어진 루틴 속에서만 생활하다 갑자기 그 루틴이 없어져버리니

이제는 인생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꼬박 두 달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간호대를 졸업했으니 계속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할 것인가? 아니다. 그건 내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다.

더욱이 병원 취업은 단순히 직업일 뿐, 나의 미래가 될 수 없다.

그러면 나는 뭘 하고 싶지? 난 무얼 좋아하지?

'나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동아리 활동할 때는 포스터 디자인도 잘했었지, 아 그리고 고등학교 땐 뮤지컬도 좋아했었어.'

'캐나다에서 여행할 때는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했었는데. 앞으로 세계를 돌며 여행하는 것도 꼭 해보고 싶어.'

'새로운 문화권의 사람들이랑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참 좋았었다.'

이런 식으로 내가 무얼 좋아하고 잘하는지 끊임없이 떠올려보았다.

 

그저 '간호사'라는 틀에 나를 규정하기에 간호사는 너무 작고, '나'는 너무 컸다.

 

 

그래! 간호사만 해보고 살 순 없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겠다!

 

결국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남 탓하지 않으려면

오롯이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야겠다.

 

어차피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으며,

먹고사니즘은 괴로운 것이고, 아무리 취미라도 직업이 되면 고달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들을 가장 자의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내 인생은 내가 이렇게 살고 싶어서 선택했다는 자신감이다.

그게 바로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근거이지 않을까?

 

그래서 무작정 하고 싶은 대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병원 취업을 해놓고서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이때,

합법적 백수 신분으로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가장 자유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우선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므로

갑자기 뜬금없이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에 도전했다.

요즘 또 N잡과 사이드 프로젝트, 온라인 부업 등이 유행하므로,,,

나도 한번 해보았다!

 

 

그래서 다음 포스팅은 미술 비전공자가 아이패드 하나로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과정을 적어보려 한다.

이모티콘은 제작이 완료되어 현재 카카오 측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승인이 날지 안 날지는 아무도 몰라,,,,8ㅅ8)

승인 안 나더라도 일단 완성했다는 거에 의의를 두고 결과 나오면 소고기 사 먹으러 갈 거다.

왜나면 결과와는 무관하게 나는 순수히 이모티콘 제작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으니까.

 

난생처음 하고 싶은 걸 스스로 찾아서 해본 결과, 참으로 뿌듯하다.

이 상쾌한 기분은 간호대 6년 내내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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