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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드는 생각

CRC 3개월차, 심포지엄이라는 신세계

세나SENA 2022. 6. 18. 16:13

이번 달에 들어 CRC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평상시에는 병원에 틀어박혀 이것저것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지만, 어제는 조금 색다른 경험을 했다.

퇴근하고 교수님, 전문의, 약사, 다른 연구간호사 선생님들과 같이 제약사에서 주최하는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장소가 서울에서 꽤 유명한 5성급 호텔이라 깜짝 놀랐다.

역시 병원이 아니라 제약회사라 이렇게 대단한 곳에서 하는 건가... 싶었다.

평생 가볼 일 없는 호텔 입구에서, 그리고 대강당 입구에서 온통 정장을 입으신 멋진 분들에게 인사와 안내를 받으니 얼떨떨했다.

교수님 덕분에 이런 경험도 다 해보는구나 싶었다.

 

나눠주는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뒤 심포지엄이 시작되었다. 우리 과에서 다루고 있는 희귀 질환을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었고,

특히나 내가 맡은 여러 연구에 해당되는 질환이었기 때문에 여러 교수님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사실 연구간호사로써 연구의 배경이 되는 질환에 대해 잘 알고 있을수록 플러스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프로토콜을 금세 이해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금방 감이 온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강의를 듣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들어놓으면 어딘가에는 도움이 되려니 싶은 마음으로 주의 깊게 들었다.

심포지엄은 전문의 이상의 레벨을 타겟팅하는 내용들이어서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전문의들은 환자를 볼 때 어떤 포인트들을 주로 보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른 의대 교수님들은 혼자 오거나 레지던트, 펠로우들이랑 오는 경우가 많았고 연구간호사를 대동하고 오는 경우는 우리밖에 없었다.

새삼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시는 우리 교수님이 감사했다.

아무래도 헬스케어 업계는 이렇듯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의 양과 깊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심포지엄이 다 마무리되고 나서는 교수님과 제약회사 사람들과 함께 한잔 하러 호텔 꼭대기층에 위치한 바로 올라갔다.

나는 얼떨결에 교수님 바로 옆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굉장히 근사한 곳에서 뭔가 굉장한 사람들 사이에 끼인 느낌이 들어 영광스러우면서도 떨떠름했다.

그들 사이에 속해 있지만 외따로 떨어진 이방인 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오갔던 모든 대화를 풀어낼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떠오른 나의 감상은,

정말 다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았겠구나 라는 것.

물론 그 최선이라는 것의 구체적 내용들 모두에 대해 내가 다 공감하고 동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각자의 위치에서, 그 사람들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살아왔던 세월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새삼 존중의 마음이 떠올랐다.

 

 

나도 더욱이 자극이 되었다.

나도 나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멋있음은 다하리라 생각했다.

내게 주어진 하나의 인생, 가장 멋있는 방법으로 살아가면 어떨까?

 

멋있음의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멋있는 결과가 아닌, 그저 한순간 한순간 나임으로서 멋있는 것. 그걸 이루고 싶다.

 

심포지엄 전에 먹은 도시락. 전복에 우니에 치즈케이크까지,,, 왕의 식탁이 이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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