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시간에 대한 고찰 본문

살면서 드는 생각

시간에 대한 고찰

세나SENA 2021. 11. 13. 18:32


한 인간의 삶은 시간에서 출발한다.
그 사람이 시간을 보내는 방식, 시간을 바라보는 태도는 곧 인생에 대한 태도와 직결된다.
삶을 거시적으로 바라본다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이고, 미시적으로 바라본다면 매일 마주하는 순간들의 누적이다.
이 두 가지 관점 모두 시간이라는 개념이 개입돼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렇다면 삶은 곧 시간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 시간은 무엇인가?
시간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느끼는가?
세상의 모든 것이 낡고 늙고 죽어가는 하나의 방향성을 통해 우리는 시간의 존재를 체감한다.
그러므로 나는 시간을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로 표현하고 싶다.
시간은 하나의 방향을 향해 전진해간다. 시간은 과거를 지나와 현재를 거쳐 미래로 향한다.
달리는 기차가 갑자기 뒤로 역행하지 않듯, 시간 역시 방향을 바꾸지 않고 항상 일정하게 흐른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과거란, 마치 지나쳐 온 풍경과 같다.
우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으나 이미 지나쳐 왔으므로 이제는 오로지 나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 같은 풍경을 되돌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과거는 나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 더 이상 그 존재를 찾아볼 수 없는 허상이다.
하지만 허상이라고 하여 무의미한 것일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거는 절대 불변의 고정된 사실이다.
그 누구도 바꿀 수 없고, 변화시킬 수 없고, 영원히 비석 위에 새겨져 버린 절대적인 무언가 이다.
그 어떠한 위대하고 위압적인 존재라도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없던 것으로 만들 수는 결코 없다.
그렇기에 과거가 지닌 힘은 엄청난 것이다.
불교에서는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세상도 그렇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끊임없이 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과거만큼은 절대적인 것이라 여긴다.
나의 지나온 행적과 시간들은 그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고귀한 자산이다.
다만 절대적이고 고정적인 그 특성 때문에 우리 자신에게 과거가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과거를 후회로 여기는 이에게는 파괴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자랑스러운 자산이나 미래를 위한 배움, 또는 반면교사로 여기는 이에게는 성장의 디딤돌이 된다.
시간의 절대자, 과거의 막대한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오로지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현재는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고 바래지고 불안하다.
미래라고 여겼던 것은 어느 순간 현재로 성큼 다가와있고, 현재는 순식간에 과거가 되어버린다.
정신 차리고 창밖 풍경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것들은 어느 순간 지나가버린다.

미래는 아직 알 수 없는 기찻길 선로와도 같다.
우리는 기차 위에 올라타 거침없이 달리고 있지만, 이 기차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 줄 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늘 현재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미래에 걸쳐져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지금의 현재라는 것도 결국엔 끊임없이 흘러가는, 생동하여 움직이고 변화하는 무언가 이다.
현재는 언젠가 과거가 되고, 미래는 언젠가 현재가 된다.
그렇기에 현재만을 사는 것도, 미래만을 사는 것도 올바르지 못한 태도가 아닐까?





현재만을 사는 삶의 태도를 YOLO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당장의 쾌락과 감정에 치우쳐 그것만을 중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미래의 나를 위한 그 어떠한 선택권도 남겨두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현재가 과거가 되었을 때,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 필시 후회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과거-현재-미래 내 인생 전반에 걸친 나의 가치관, 우선순위, 존재 이유는 생각하지 않고, 그러니까 나의 깊은 내면은 성찰하지 않고
그저 지금 당장 제일 잘 느껴지는 나의 오감에만 눈을 돌린다.
왜냐? 그게 제일 쉬우니까.
나의 내면은 깊고 어두워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나는 무슨 가치를 지니는지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은 시시각각 즉각적으로 느껴지고, 가장 직관적으로, 나의 심장에 내려다 꽂히는 감정이다. 파악하기 가장 쉬운 대상이다.
중요한 것이 아닌 당장 급한 것 위주로 주의를 돌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해결되지 못한 나의 진정 중요한 과제는 이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마련이다.





미래만을 사는 삶의 태도는 조급증, 불안증이다.
인간은 불확실한 것을 마주할 때 극대화된 불안을 느낀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 그리고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에 있어서 조급해지거나, 급기야는 회피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불안은 스스로 다스리지 않는 이상, 아니면 어떠한 절대자가 나타나 미래를 점지해주지 않는 이상,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미래에 걸쳐놓은 현재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나온 과거를 나의 든든한 뒷배경으로 두고서 말이다.
과거는 내가 그간 얼마나 가치 있는 인간이었는지를 증명해주는 시간의 절대자이며,
현재는 내가 가장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개척할 수 있는 나의 주 활동 무대이고,
미래는 현재의 내가 쌓아 올린 수확의 성과를 약속하는 달콤한 결실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인셉션에 이러한 대사가 있다.

우리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어. 우리를 멀리 데려다 줄 기차.
당신은 이 기차를 타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고 있어.
하지만 당신은 확신할 순 없어.
그렇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왜냐하면 우리가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야.



확신할 수 없는 기차에 올라타더라도 괜찮은 이유.
사랑하는 사람, 나의 일에 대한 열정, 이웃에 대한 베풂.
무엇이 되었든 그 이유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다가올 달콤한 미래를 기대하며, 지금의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곧 시간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