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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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드는 생각

쓸모와 가치를 연결 짓지 마라.

세나SENA 2021. 11. 11. 20:39

쓸모와 가치를 연결 짓지 마라.

어떤 것이 쓸모 있고 유용하다고 해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으로 어떤 것이 쓸모없다고 하여,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신자유주의 대한민국 땅에서 우리는 모든 것에 일일이 가격을 따지고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는 데 익숙해졌다.

본래 가격표가 매겨지는 재화와 서비스를 넘어서 이제는 가족과 우정, 사랑, 꿈에도 가격이 매겨진다.

그리고 가격은 곧 가치가 된다. 마치 비싼 상품들이 제값을 할 것이라는 기대처럼.

 

 

어제는 이런 마음이 들었다.

나의 사랑을 자본주의의 저울 위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 사랑은 과연 나에게 어떤 효용이 있는가? 나는 사랑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이며 또 무엇을 감수해야 할 것인가?

연인과 함께 하는 동안 소모하는 나의 시간, 돈, 감정적 에너지를 저울질해보았다.

내게 걸맞을 가장 이상적인 연인, 배우자를 떠올리며 따지고, 따지고, 또 따졌다.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계산적 시각을 갖게 되자 내가 가진 것은 적어 보이고 내가 아직 갖지 않은 것은 한없이 커 보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나의 꿈까지 저울 위에 올려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득 간호학과를 왜 선택했을까 과거의 나 자신에게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왜 간호학과에 왔으며, 학교를 다니는 6년 동안 거기서 벗어나지 않고 구태여 왜 끝까지 간호학을 선택했는가?

차라리 약대를 갔으면, 의대를 갔으면, 아니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면, 아니지 차라리 대학원에라도 갔다면?

더 편하고 윤택하고 쉬운 인생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답은 늘 내 안에 있었다.

그러고 싶었으니까 그랬던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연인이 주는 사랑에 행복했으므로 그의 옆에 있기로 선택한 것이고, 그 사랑을 떠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비교하고, 따져본다 할지라도

그 얄팍한 계산들은 나의 마음을 추호도 건드리지 못한다.

 

아무리 약사, 의사 등 더 나은 직업이 내 인생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할지라도,

그 달콤한 약속들은 나의 마음을 조금도 흔들지 못한다.

나는 그냥 약사, 의사가 되기 싫으니까,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좋으니까.

나의 심장을 두드리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잠 못 들게 하는 일들은 따로 있으므로.

 

 

 


 

 

 

그러니 괜스레 더 나은 것들과 내가 가진 것들을 비교하며 주눅 들 이유는 없다.

그렇다. 분명 효용 측면에서는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효용이 높다 하여 나에게 더 나은 가치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기억하자.

 

지금보다 더 나은 연인을 만난다 하여,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의 직업을 갖는다 하여 내가 행복할까?

내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고, 내가 비전을 갖지 않은 직업인데 말이다.

그게 도대체 나에게 어떤 가치를 더 가져다 줄 수가 있냐는 말이다.

 

 

내 마음 깊숙이 품은 꿈과 사랑을 믿어야 한다. 그것은 끝이 없어 경계를 알 수 없으며 그 어느 잣대조차 들이댈 수 없다.

그저 내가 느끼고 알 뿐이다.

그게 전부일뿐이다.

 

내 마음의 빈 자리는 오로지 내가 채울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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