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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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드는 생각

헤어짐을 두려워하지 말자, 이별은 축복이다

세나SENA 2021. 9. 9. 20:30

얼마 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꽤 힘들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괜찮아서 의외였다.

힘들기보다는 생각이 많아졌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이별한 지 첫 몇 시간은 지나간 좋았던 추억들이 떠올라 괴로웠다.

근데 또 막상 생각해보니까, 그때의 기억이 그때 당시에는 정말 좋기만 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 초반에는 나에 대한 이 사람의 마음이 진심일까 쉽사리 믿을 수 없어 고민했었고,

연애 기간 내내 나는 상대방의 서투른 표현 때문에 불안해하기 일쑤였다.

그랬던 그 사람이 떠나니 한편으로는 후련하고 자유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미화된 기억을 들추어보니 그 반대편엔 나는 언제나 아파하고 있었다.

데이트할 때 무뚝뚝한 표정, 뜸한 스킨십, '우리'가 아닌 본인 위주로 이루어지는 대화, 나의 부재를 아쉬워하지 않는 모습 등

그 모습을 9개월 넘게 바라보며 가슴은 찢어지고 있었으면서도

늘 아니겠지, 원래 독립적인 사람이니까, 내가 더 잘해주면 되겠지, 사랑은 맞추어가는 거지 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을 다독였다.

아무것도 갖지 않은 그 사람을 오로지 그 사람의 본연의 모습만 바라봐주며 사랑과 내 모든 믿음을 주고 싶었다.

나의 불안은 나의 쓸데없는 생각이고 망상이라 치부했다.

 

 

그러니 지금의 아픔도 그때와 그다지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때 아팠던 것 이상으로 절대 아플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별에 너무나도 빠르게? 적응하게 되어버렸지 않나 싶다.

 

 

 

내 첫 연애 상대였던 그와 결혼까지 할 거라 생각했다.

물론 머릿속이 꽃밭이라,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고 막연히 꿈꾸던 미래일 뿐이지만

그저 그 사람만으로도 좋았기에 미래의 일은 다 헤쳐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별로 인해 좌절된 미래가 두 번째로 아팠다.

그 사람과 외국에서 같이 살며, 가정도 만들고, 함께 오래오래 수십 년을 같이 살면 참 행복하겠지 싶었는데

이제 그 미래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지옥으로 나가떨어져버린 꿈이 되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하나의 닫힌 가능성은, 하나의 또 다른 열린 가능성을 의미한다.

내가 그리는 미래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현재에 기반을 둔 것에 불과하다.

나의 현재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미래에 이렇게 살면 좋겠다, 하고 꿈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바라던 미래가 좌절됐다는 것은, 현재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이전의 내가 미처 생각조차 못해본 또 다른 미래를 꿈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별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과 앞으로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나의 미래 계획도 그 사람에게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전히 나를 위한 인생을 계획할 수 있게 됐다.

어느 정도 정해진, 다른 사람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나만의 짜릿한 인생 계획을 만드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몰랐다.

올해, 앞으로 1년간, 3년간 이루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며 인생 로드맵을 짤 생각이다.

 

 

그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원래 나는 새로운 것을 접하기를 어려워하는 성격이라, 나에게 익숙한 바운더리에서만 줄곧 생활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인생에 다양한 사건을 접하면서, 나의 바운더리를 계속해서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얼마나 지혜로워지고 성숙해지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몇 시간 만에 나는 내가 굉장히 지혜로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과 고민의 방향이 모두 건설적인 쪽으로 흘러갔다.

연애할 때는 상대의 마음이 식지는 않을까 급급하며 불안해하고, 부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봤었는데,

막상 마음이 식은 상대를 마주하고 나니(!) 온통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을 비난하지도 않았고, 나를 비관하지도 않았으며, 그간 우리의 연애를 허무했던 것이라 치부하지도 않았다.

연애를 통해서도 이별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보고 배웠으며,

마지막까지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안겨주고 간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나는 고통을 받으면서도 상대를 사랑했다.

고통은 받았지만 절대 먼저 도망치려 하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나 미련은 한 톨도 남지 않았다. 참으로 성숙하게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았었구나, 싶었다.

나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간 내가 받았던 고통은 나의 용기와 지혜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고통을 뛰어넘는 사랑의 방향은 나 자신을 향하게 됐다.

 

이제는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무릅쓰고 나아가리라.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내가 더 많은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야지.

핸드폰을 내려놓고 대신 책을 들고, 내가 바라는 미래를 이뤄주고,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고, 무심코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먼저 미소와 인사를 건네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 사랑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더욱 사랑을 느껴야지.

 

 

 

매일매일 감사할 일이 너무 많다.

이별조차도 너무나 감사하다. 이별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사람을 잃었지만 사랑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그리고 나 자신을 또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앞으로가 너무 기대된다.

올해, 그리고 서른이 되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다.

아, 나를 더욱 사랑해주려면 하루가 바쁘다!!

이제 나의 내면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더욱 애정 있게 들어주고, 그 꿈들을 모조리 이루어주리라.

 

앞으로가 기대되는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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