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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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드는 생각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세나SENA 2021. 8. 12. 21:59

종종 그럴 때가 있다.

정말이지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때.

나는 요즘 퇴근하고 난 이후가 그렇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도대체 왜 아무것도 하기 싫을까.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은 역설적으로, 오히려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 드는 것 같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감에 대한 반박으로 내 뇌가 '에라이, 그냥 다 때려쳐'라며 파업을 선언하는 방식이다.

보통 나의 투두 리스트가 텅 비어있고, 나의 시간을 온전히 나의 자유 의지에 따라 쓸 수 있던 때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무얼 할까 고민을 하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해야 되는 일들이 조금 쌓였다.

매일 출근을 해야 하고, 퇴근 후 남는 시간을 자소서 쓰기와 취준에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하루 동안 정신없이 근무를 하고 자소서를 쓰기 위해 텅 빈 워드 화면을 노트북에 띄워놓고 나면

아, 정말이지 너무 쓰기 싫다.

원체 자기 PR이라든지 자기 포장을 그다지 안 좋아하기도 하고, 퇴근하고 나서 무언갈 또 하려 하니 머리가 안 돌아간다.

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기 위해 한 시간 넘게 핸드폰이나 쳐다보면서 인스타, 유튜브를 훑게 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2. 하고 싶어 지도록 유도한다.

며칠간 생각해본 결과, 이 두 가지가 나름의 적절한 답변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만 들으면 이게 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뻘소린가 싶을 테니, 좀 더 해명을 해보겠다.

 

 


 

 

1.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이다. 정말 진짜 걍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을 포함하여, 해야 할 일을 회피하기 위해 하는 일까지 모두 하지 않는 다.

의미 없는 메일 확인하기, 인터넷 서칭하기, sns와 유튜브 보기도 모두 중단한다.

사실 이런 시간들을 한 번씩은 꼭 가져야만 한다.

우리는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것들에 너무 많이 둘러싸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한 번쯤은 이런 무한 쳇바퀴에서 벗어나서 잠시 멈춤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도 보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게 무슨 의미인지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내가 달리기와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 것 같다.

적어도 바깥에서 달리거나 걷고 있는 동안에는 핸드폰을 들여다볼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나의 집중을 빼앗아가는 인터넷 세상에서 멀어지고, 오롯이 나 자신과 단 둘이 남게 된다.

그 어떤 외부 세계의 자극이 없이 나와 단 둘이 있게 되는 상황에서만 내가 가는 길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야 왜 내가 아무것도 하기 싫은지 알 수 있다.

 

 

 

 

 

2. 하고 싶어 지도록 유도한다.

왜 아무것도 하기 싫은지 알게 되면 그다음 길이 보인다.

나의 경우를 돌아보면 일을 하기 싫을 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우인 것 같다.

1) 일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2) 일의 양이 많거나,

3) 일의 시간제한에 쫓기거나,

4) 일을 하는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1) 자소서를 쓰기 싫은 이유 중 하나는 곧 자소서 그 자체를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내 인생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는 자소서의 '근본 개념' 자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에게 해명하기 위해 그간 내 인생을 살아온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나의 장점이니 단점이니 하는 것들을 단편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내 장단점을 넘어서 훨씬 복잡하고 깊은 내면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아닌 방식으로 나에 대해 쓰려하니 죽어도 쓰기 싫었다.

 

그래서 자소서를 쓰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쓰고 싶은 방식으로 일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다.

나의 경력과 스펙, 장단점 등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 삶의 의미와 믿음에 대해 먼저 피력한 뒤, 이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이력들을 덧붙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나는 인생의 의미와 철학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성격이므로, 이런 식의 스토리텔링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에도 더 적절하고, 또 그래야 나 자신을 납득시키고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나에게 더 적절한 방식으로 일의 내용을 바꾸자 싸그리 없어졌던 의욕이 조금씩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2) 필요한 것 이상으로 과도하게 많은 일을 하려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나의 일 또한 나의 선택과 판단에 달려있다.

결국 내가 내 일의 주인이기 때문에 업무량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잘 되려고 부리는 과도한 욕심도 문제고, 또 너무 잘 안 될까 봐 부리는 조바심도 문제다.

현재 내가 있는 위치에서 진짜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집중하자.

 

 

 

3) 시간 여유를 갖는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효율도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한 템포 쉬어가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 나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눈앞의 급한 불에 속지 말자.

긴급한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는 남들의 급한 일들을 처리해주는 오분 대기조가 아니라, 내 인생의 목적에 부합하는 중요한 일들을 성취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장에 급한 일이지만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나 자신을 위해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를 내어보자.

 

 

 

4) 나는 일하는 공간에 꽤 영향을 받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서라도 기분 좋게, 높은 집중력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편이다.

때로는 색다른 장소에 가서 놀러 가듯 업무를 하는 것도 기분 전환 겸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어떨 때는 일하러 갔지만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든 적도 있을 정도로...! 쾌적한 기분에서 높은 효율로 일할 수 있었다.

 

 

나도 지금은 잠시 쉬어가야 할 때인가 보다.

자꾸만 부닥치는 일들에 급급해하지 말고,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에만 나의 소중한 시간을 써야지.

나를 또다시 돌아보자고 다짐하게 되는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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