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모더나 2차 접종 후기 본문
드디어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한창 병원에서 근무할 때만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코로나에 노출될지 모를 일이었으므로
나름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이번 참에 백신 접종을 완료해서 한시름 놓았다.
1, 2차를 4주 간격을 두고 맞았다.
1차 때는 딱히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부작용이라고 해봐야 접종 부위 팔 근육의 아린듯한 통증, 직경 7cm 정도의 홍반 정도?
팔이 조금 뻐근하긴 했지만 운동할 때나, 일상생활할 때에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도 접종 이틀 뒤에는 모두 없어졌다.
그런데 웬걸.
2차 맞고 나선 진.심. 죽는 줄 알았다
1차보다 2차가 더 힘들다고 하던데 역시 이래서 그랬던 거였구나...라며 뼈저리게 공감했다.
#접종 당일
오전 10시 즈음에 맞았는데, 주사는 따끔한 느낌조차도 들지 않을 정도로 하나도 안 아팠다.
접종 경과 8시간인 오후 6시부터 접종 부위 근육통이 시작됐는데, 이건 1차 때와 거의 동일했다.
뻐근하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무리가 가는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밤 10시까지 한강에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팔 근육 통증도 견딜만했고, 전신 증상도 없었다.
하지만 접종 경과 14시간이 지난밤 12시,,, 두둥! 드디어 전신 증상이 시작됐다.
오한이 들어 한여름인데도 춥게 느껴지고, 손발이 시려 수면 양말을 신고 자야 했다.
두통도 아릿하게 몰려와서 타이레놀 두 알을 삼키고 꾸역꾸역 잠에 들었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바로 그 여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수면 양말을 신고, 이불을 폭 덮고 있는 나 자신이 조금은 처량했지만,,,
다행히도 타이레놀 덕분에 통증을 잊고 금방 잠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접종 2일 차
모더나 2차의 효과는 굉장했다!!!!!!
모더나에 나는 완전히 넉다운, TKO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된 기분이었다.
온몸이 피로하고, 전신에 근육통과 찌릿찌릿하고 저미는 듯한 이상 감각이 느껴졌다.
구석구석 관절에도 저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두통은 전날 밤보다도 오히려 더 심해졌다.
온몸이 이렇다 보니 도저히 바닥에서 고개를 들 수 없고, 하루 종일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팔다리가 계속 저릿거려서 누워있어도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이었다.
가장 최악이었던 건 메스꺼움과 구토 증세였다.
이건 접종 경과 30시간 후 즈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점심때 먹은 끼니를 화장실에서 또다시 마주 보아야 하는...! 참사를 겪어야 했다....
가뜩이나 먹은 것도 얼마 없는데(속이 안 좋아 점심 한 끼만 1/2인분 먹었다) 그것마저 내 몸이 자꾸 게워내려 하니
너무너무너무 괴로웠다...
토하다가 침대에 쓰러져 눕기를 5번 반복하느라 하루가 다 갔다.
뒤에 갈수록 물만 마셔도 토하게 됐다.
근데 딜레마인 것은, 전신 통증 때문에 타이레놀을 먹어야 하는데, 그 타이레놀을 먹기 위해 물을 먹으면 이게 또 구토를 유발하는,,,, 아주 골치 아픈 딜레마에 놓이게 됐다.
그래서 내 배를 쓰다듬어보며 '너 괜찮겠니...?' 한번 물어봐주고 내 위장 눈치를 보며 타이레놀을 중간중간 먹어야 했다.
아무것도 못 먹고, 침대에 누워있기만 하고, 바깥에도 못 나가니 너무 힘들고 우울했다...
건강을 잃는다는 게 이렇게 최악이구나,,, 새삼 느꼈다.
#접종 3일 차
접종 2일 차 때보다는 덜 하지만 여전히 전신 증상은 계속됐다.
이 날도 하루 대부분 누워있어야만 했다.
전신 피로감, 근육통, 두통은 여전히 지속됐고, 의자에 15분 이상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정말 억울했던 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물만 마셨는데도 그것마저도 고스란히 토해야 했다는 거다.
으아아...이러면 타이레놀은 절대 먹지 말라는 거니ㅠㅠ
거의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다가 저녁에 20분 정도 산책을 다녀왔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식은땀이 삐질삐질 났다.
그래도 잠에 들 밤 시간이 되어서는 전신 증상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두통과 피로감은 다소 있었지만 근육통, 관절통, 찌릿거리는 이상감각은 더 이상 없었다.
#접종 4일 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약한 정도의 두통이 찾아왔다.
으으으 설마 오늘도 하루 종일 아프려나, 걱정했지만 타이레놀 2알을 먹고 나니 그 이후로는 완전 말짱해졌다!
위장도 괜찮아져서 그간 먹고 싶었던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 먹고, 샌드위치도 뚝딱 해치울 수 있게 됐다.
이제 마음껏 바깥도 돌아다니고, 책상에도 앉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도 있게 됐다!!!
아플 때 보이는 것.
아프니까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게 됐다. 이게 안 좋은 이유는 외부 세계와 나를 차단시키고 나 자신을 고립시키기 때문이다.
내 방 침대에만 갇혀 있다 보니,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게 되고,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다.
내가 애정과 관심을 쏟을만한 존재(취미라든지 그런 것들)가 나에게서 멀어진다.
힘을 내어 무언가를 해보려 해도 도저히 내 몸이 따라주지를 않는다.
또다시 침대 위로 무너져야만 할 때, 내 신체 앞에서 정신력의 무력함을 확인하고 슬퍼졌다.
아픈 후에 보이는 것.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 처절하게 통감할 수 있었다.
내 건강을 책임질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이므로, 그 책임감을 다시금 무겁게 느끼게 됐다.
건강하게 먹고, 운동 꾸준히 하고, 몸에 안 좋은 군것질 멀리 하고, 자세 올바르게 하고... 뭐 그런 것들을 다시 되새겼다.
나의 사소한 생활 습관 하나하나로 자유롭고 행복한 인생을 몇 년, 아니 몇십 년 늘이거나 또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건강도 영원한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언젠가는 이 날의 나처럼 또다시 아프게 되겠지.
언젠가는 병들고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지금의 생기 넘치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감사하다.
이 감사함을 온 가슴으로 느끼고 더욱 벅차고 여유로워진 나로 다시 태어난 듯하다.
또한 질병과 장애를 딛고 자신의 꿈을 좇았던 사람들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병상에 누워서도 자신의 꿈을 담은 책을 쓰는 사람, 전신 마비임에도 세상에 희망을 퍼뜨리는 사람, 의족을 달고 마라톤 트랙을 질주하는 사람...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내가 의미를 느끼는 대상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향해 나아간다면 어떤 고난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나의 의미를 찾아 책임감 있게 나아가야지. 그렇다면 어떠한 좌절이나 시련도 날 이겨내지 못하리라.
'살면서 드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0) | 2021.08.12 |
---|---|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 (1) | 2021.08.06 |
취준 푸념글 (0) | 2021.07.23 |
다시 취준을 시작하는 마음가짐 (0) | 2021.07.15 |
간호사 퇴사 1주차, 요즘 생각 (0) | 2021.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