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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드는 생각

다시 취준을 시작하는 마음가짐

세나SENA 2021. 7. 15. 20:46

근 1년 만에 또다시 취준생이 되었다.
작년 이맘때 한창 병원들 시험 보러 다니고, 면접 보러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걸 1년이 지난 지금 또 하게 될 줄이야^^
작년에는 병원에서 취업만 시켜주면 아주 병원에 내 뼈를 묻고, 환자 생각밖에 없는 못 말리는 나이팅게일이 되겠지 싶었다.
나중에는 수간호사, 멀리는 간호부장까지 넘보았었던 아주 꿈도 야무진, 패기 넘치는 사나이었었지, 나 자신...



그때는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듯하다.
간호대를 졸업했으니까, 다른 동기들도 거의 다가 간호사를 하니까, 나도 간호사를 하는 게 그저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막연하게만 받아들인 채 이걸 적극적으로 내 삶에서 실현해내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행복한 미래는 먼 곳에 있는 것 같았고, 나는 '가장 최선의 길'을 찾아 밟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내가 바라던 행복한 미래가 언젠가는 와 있겠지 싶었다.



결과는 완전히 오답이었다.

나는 그간 가성비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지금껏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지금 내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길인 것'을 선택해왔다.
수능 점수에 맞춰서 내 점수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대학에 들어온 것도, 그중에서 취업이 가장 잘 된다던 간호학과에 온 것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간호사가 되고자 했던 것도.
내가 보기에,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도, 그 상황에서는 그게 나름의 '모범 답안'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가성비를 따져가며 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그릇된 판단이었는지 절실히 느끼게 됐다.

나의 결정은 나로부터 출발해야지, 그 어떤 가성비를 따져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 눈에는 먼 길을 돌아 돌아가는 것 같아도, 그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일 수 있다.
나의 선택 속에 '나'가 없다면 그 선택의 결과 속에도 역시 '나'는 없게 된다.

그저 합리적으로 살려고 했었나보다.
인생은 합리적인게 아닌데.


가성비를 따지면 순대국밥밖에 못 먹는다.
내 인생은 순대국밥이 되고 싶은 게 아닌데...!! 나는 스테이크 썰고 싶은데...!!
그렇다면 내가 진짜 먹고 싶은 메뉴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별생각 없이 어영부영하다가는 나중에 그저 남들이 무난하게 맛있다고 하는 순대국밥이나 먹으러 갈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귀 기울여주려 노력하고 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가?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가?
결국 이것들이 내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고, 나의 선택을 결정하는 기본 질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마인드를 매일의 결정에서도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건 바로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는 것이다.

대학 시절에 나는 하고 싶은 것은 죄다 미루면서 살아왔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에 집중해야지, 하고 싶은 건 나중에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가보고 싶었던 연극이나 미술관도 안 가보고, 늘 동경했던 내일로 여행이나 캠핑도 한 번 못 가봤다.
하물며 쉑쉑버거가 한국에 들어오고 언젠간 가야지 생각만 한 게 벌써 몇 년 째였다.

이런 것도 가성비만 따졌던 나의 나쁜 습성인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빠른 시간 안에 실천으로 옮기기로 했다.
집 안에만 틀어박혀서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공원에 나가서 산책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멀리 다녀오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다른 동네로 떠나기도 한다.
예전에는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집에만 있었는데, 이렇게 바꾸고 나니 한결 더 자유롭고 후련하다.


버스를 타고 청계천에도 다녀오고,


운동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쉑쉑 버거까지 먹으러 갔다!
이 쉬운 게 뭐라고 여태 안 하고 살았을까,,,싶었다.
이제는 나를 더 챙기면서 살아야지.


그리고 더 이상 가성비 따져가며 살지 말아야겠다.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가 끊임없이 유념해야겠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찾아 나서야지.

다짐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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