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간호사 퇴사 1주차, 요즘 생각 본문
1.
더 이상 침해받지 않는 나의 하루가 너무나 소중하다. 오로지 나의 의지로 꾸려갈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이렇게 값진 것이었다니!
이제는 나의 모든 활동이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선택에 의해서 결정된다. 해야 하니까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한다.
통상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이다.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이른 시간에 출근해야 하고, 가스 고지서를 납부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이고,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내가 이용당하는 셈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나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나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복무하는 것이다.
비로소 나를 위한 삶이 시작되는 듯하다.
남들을 위해 갖다 바쳤던 나의 시간과 건강을 되찾으니 이렇게도 풍족하고 자유로울 수가 없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역시 간호사 때려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
나는 앞으로의 내 인생을 더욱 값지고 윤택하게 운영해나가기 위해서 나 자신을 고용했다.
병원에서 배운 값어치 있는 것들 중 하나라면 바로 8시간 근무제다. 그러니까 나도 내 인생에서 8시간 근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지 않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그리고 업무 시간과 여가 시간을 구분하기 위해 내 하루에 8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사실 백수 생활에서 가장 안 좋은 점이 뒤죽박죽인 생활 아닐까? 자고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이 불규칙해진다는 것.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 했다 저것 했다 뒤엉키는 것.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이 세 가지를 반드시 멀리해야겠다 생각했다.
반드시 아침 10시에는 내 책상으로 출근하기로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식사 시간이나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오로지 나의 업무 시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3.
CRA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해보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업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네이버 카페에도 가입하고, 최근 뜨는 채용 공고들도 확인해보고, 관련 블로그 글들도 주욱 훑어보고 있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 대충 살펴본 결과 이 분야가 꽤 매력 있게 다가온다.
물론 더 열심히 알아보고 배워야겠지.
CRA 업무를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서 제공하는 CRA 교육도 듣고 있다.
생소한 분야라 어렵긴 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고 공부 의욕이 뿜뿜하는 요즘이다.
일하고 나니까 역시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쉽다는 어른들 말이 뭔지 알 것 같다(그래 봤자 일 2주밖에 안 해봤으면서ㅋ).
4.
다음 달부터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겠다. 사람이 자기 손으로 밥벌이를 할 줄 알아야 자유가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일이 생기면 나의 남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쓸 것 같다. 간호사 할 때 악착같이 내 하루를 지키려 노력했던 것처럼 말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간호사 면허증으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볼 생각이다.
지나치게 고생스럽지 않고, 적당히 돈을 벌면서, 남는 시간을 나의 발전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봐야겠다.
5.
복잡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기본적인 양식이 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살아야겠다.
그건 바로 책 읽기, 운동하기, 일기 쓰기.
간호사를 하면서, 그리고 퇴사 이후 지금까지도 위 세 가지를 잘 안 하며 지냈다. 하루 독서 시간도 많이 줄었고, 운동도 띄엄띄엄하고, 일기장은 며칠씩 비어있다.
독서와 운동과 일기는 정말이지 가장 사소해 보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이리저리 치이는 것에서 벗어나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더더욱 잊어버리지 않고 꾸준히 챙겨나가야지.
6.
영어 유튜브 채널을 오픈 준비 중에 있다. 늘 영어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유튜브 오픈이다!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 그걸 세상에 내보이는 과정은 언제나 떨리는 경험이다.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일은 찾았다는 것만으로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달성해야 할 것은 꾸준히 이어나갈 줄 아는 우직함과 성실함이겠지.
한 순간의 열정은 누구나 가슴속에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 뜨거운 불꽃 하나쯤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불꽃을 지겨우리만치 늘여놓은 시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은은히 피워낼 수 있는 사람만이 그 불꽃에 대해 자부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나 또한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백만 유튜버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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