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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간호사 장단점_장점 편

세나SENA 2021. 10. 20. 20:38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오로지 나만의 뇌피셜, 쌉소리입니다. 케바케, 병바병은 부동의 진리!*

오늘도 출근..



요양병원에서 3개월 동안 일하고, 이제 퇴직을 3주 앞두고 있는 간호사로서
그간 일하면서 느꼈던 요양병원 근무 환경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요양병원을 그만두는 이유는, 애초에 간호사'만' 할 생각이 없어 이왕이면 이른 나이에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자! 싶은 생각이기도 하고(왜냐면 간호사는 면허를 갖고 있으면 비교적 늦은 나이에도 충분히 진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늙어서 할 거 없으면 간호사나 하지' 뭐 이런 나이브할 수도 있는 생각,,,)
지금의 연봉 수준이나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서이다.(물론, 이건 지금 내가 있는 병원만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요양병원은 다를지도!)



우선 내가 생각하기에 요양병원 간호사가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은 이렇게 나뉘는 것 같다.

요양병원 간호사를 추천하는 사람:
1. 졸업하고 웨이팅 중인 예비 신규 간호사
2. 간호사 면허는 있는데,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차라리 이렇게 노느니 뭐라도 하면서 돈 버는게 낫겠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3. 퇴직을 앞둔 50~60대
즉, 안전빵이 최고인 사람 / 발전이나 이동보다는 현재 수준 유지가 더 우선순위인 사람에게 맞다고 할 수 있다.


요양병원 간호사를 비추하는 사람:
1. 나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연봉 수준, 업계에서의 나에 대한 평가, 직급 수준이라던지 등등)
2. 언젠가는 큰 돈을 벌고 싶다거나, 해외로 가고 싶다거나 등등. 내 인생에서 잭팟이 터지기를 기대하는 사람들



요양병원 간호사의 최대 단점이라면 '경력이 빌드업 되지 않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커리어적으로 '다음 단계'에 진입할 수 있도록 나를 올려주지 않는 직업인 것 같다.
간호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커리어적으로 다음 단계란 무엇인가?
1. 임상 간호사: 수간호사가 되는 등 더 높은 직급에 오르고 더 높은 연봉을 받는 것, 페이가 더 높은 큰 병원으로 옮기는 것, 전문 간호사가 되거나
2. 임상 외 간호사: 3교대 안하고, 임상보다 덜 힘든 직장을 구하는 것
3. 탈임상: 간호사랑은 아예 손절하고 나에게 더 맞는 미래와 가치를 찾는 것
그런데 요양병원 간호사는 위 세 가지에 다 해당되지 않는 듯하다.
나는 3번 탈임상을 선택했으므로, 요양병원 간호사로 계속 일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론일지도 모른다.


너무 요양병원 까는 얘기만 한 것 같지만,,,좋은 점도 분명히 있고 배운 것도 너무 많다.
나에겐 뜻깊은 3개월이었다!!
그러면 단순하게 장단점으로 나눠서 풀어봐야겠다.



요양병원 간호사의 장점
1. 대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업무 로딩! 하지만 그렇다고 쉽다는 건 아니고^^

대병에 가면 미쳐 돌아가는 신규들을 볼 수 있다! 멘탈은 이미 산산조각이 나서 정신머리고 자존심이고 뭐고 저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신규들이 이리저리 채이듯 병동을 떠도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요양병원은 이러한 엄청한 멘탈 어택!!!으로부터 신규를 비교적(!) 보호할 수 있으니 안심하라귯!
대부분 노인 환자들이다 보니 당연히 급성기 병원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업무 로딩이다.
하지만, 물.론. 그게 쉽다는 뜻은 아니다.
나름 힘들 때도 있고 그렇지만, 그건 임상 간호사로서는 어딜 가나 다들 어느 정도는 고달프고 고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제 갓 졸업한 웨이팅 간호사라면, 미리 임상을 경험할 겸 몇 개월 정도 일해보는 건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나처럼 대병에서 극심하게 시달리고서 '에라이, 이렇게 죽느니 내가 때려치고 만다!' 외치고 나온 사람들, 탈임상 하기 전에 마지막 임상 경험 조금만이라도 쌓아보고 싶은 사람들(근데 요양병원 간호사 경력도 경력으로 쳐 주나? 경력 말고 경험으로 생각하고 들어오면 좋겠다.) 이런 사람들도 몇 개월 해보는 게 나쁘진 않겠다.


2. 웨이팅 동안 임상은 이런 거구나, 알 수 있다.
사실 학생 때 실습하면서 보는 임상이랑 직접 간호사가 되어서 겪는 임상은 천지차이다.
학생 때는 어깨너머로 구경하면서 어슬렁, 어슬렁 보는 거고. 간호사는 지금 당장 내 앞에 불이 떨어져서 그걸 해치우면서 다니는 거다.
보이는 것도 다르고 느끼는 것도 너무나 다르다.
내가 간호학과를 졸업하긴 했지만, 당장 간호사로 일을 시작하자니 너무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싶은 사람은 요양병원을 꼭 한번 다녀보길 추천한다.
웨이팅 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걸 해보고, 충분히 노는 것도 좋지만, 임상에 대해 겪어본 것과 안 겪어본 것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대병에 던져지면 정말 당황하고, 우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펑셔널 간호를 한다.
이게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신규 간호사의 경우 대부분 액팅으로 들어갈 것이다.
차지/액팅으로 업무 분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액팅했다가, 차지 봤다가 이렇게 할 필요가 없다.
액팅은 차지쌤들이 지시하는 대로(물론 액팅 선에서 판단하고 걸러야 하는 일도 많다) 액팅만 해서 업무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금세 일이 손에 익고 루틴이 잡히게 된다.


4. 개인위생 간호, 체위 변경 등은 간병사들이 맡는다.
요양병원에는 각 병동마다 간병사들이 한 명씩 있다.
욕창 드레싱은 간호사가 하지만 기저귀 가는 일, 식사 보조, 투약(간호사가 환자별로 정리해놓은 약을 간병사에게 건네는 방식), 심지어 L-tube feeding까지 간병사들이 한다.
이런 일들을 모두 간호사가 하지 않고, 간병사분들이 도와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특히나 지저분하고 고된 일들을 간병사분들이 주로 처리하시니, 그분들을 볼 때마다 함께 환자를 돌보는 입장에서 참 대단하고 고마운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5. (케바케이긴 하지만) 신규 간호사는 이쁨 받으면서 다닐 수 있다.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50대 이상이시다 보니, 딸뻘일 나를 다들 참 예뻐해 주신다.
급성기 병원이 아니니까 경력 없고 일 못하는 신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 또 그럼에도 '신규니까~'라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건 같이 일하는 간호사, 의사, 간병사들이 어떤 캐릭터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되겠다.
그래도 대병에 비해서는 비교적 이지 고잉하고, 너무 딱딱하지 않고, 시달리지 않고, 때때로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환경임에는 분명하다.
시달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이지 최고 장점으로 뽑고 싶다~~~



PS. 시달리는 게 기본 패시브인 간호사들,,,눈 감아,,8ㅅ8

이제 간호사로서의 나날들도 얼마 안남았구나...! 이젠 새로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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