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연애와 불안은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거야 본문
왜 연애를 해도 불안할까?
아니다. 난 이 질문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하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연애라는 것은 가장 사적인 경험이고, 그렇기 때문에 가슴 가장 깊숙한 곳까지 뿌리를 내린다.
그로 인해 혹여 일이 잘못 풀릴 경우에 감내해야 할 내상은 그 뿌리를 들어내야만 하는 일이므로,
이는 엄청난 두려움을 자극한다.
불안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알 수 없는 미래와 주변의 위협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기민하게 대처하려는 이 '생존 모드'가 곧 불안인 것이다.
연애할 때 불안한 이유는 낮은 자존감 때문이라는 혹자의 의견에 반대한다.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장 친밀하고 사적인 공간에 상대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생존 모드'를 켤 수밖에 없다.
자존감을 원인으로 꼽는 말에 따르면 '너는 나를 왜 사랑해?'라고 묻는 질문은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인가?
또한 역으로 상대를 덜 사랑하는 것이 곧 그 사람이 자존감이 높다는 반증이냐는 말이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곧 하나의 우주가 오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이는 역시 나의 우주를 뒤흔드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하물며 그 우주가 가장 내밀한 곳에 자리 잡는다면 어떻겠는가.
다만 견지해야 할 것은 나의 '생존 모드'가 필요한 것인지, 불필요한 것인지 판단하는 일이겠다.
생존은 곧 인간의 본능인지라 불쑥불쑥 그 모드가 발동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러면서도 불필요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 여지없이 그 스위치를 끌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용기와 지혜가 아닐까.
참, 이런 거시적인 이슈를 적으려 할 때는 계속해서 글이 막힌다.
잘 모르겠다, 삶이란 게 원래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이 항상 같이 오는 것 아니겠나.
그럼에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 으레 말하는 것처럼 '인생 참 부질없다'라고 생각하며 살고 싶진 않다.
나중에 나이 80이 됐을 때는 '그때 참 부질없었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나는 20대이지 않나.
나는 모든 고난을 초월한 현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므로,
웃어야 할 때 웃을 줄 알고, 울어야 할 때 울 줄 아는,
삶이 주는 경험들을 피부로 느끼고 배워가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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