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아 집에 가고 싶다, 아 맞다 나 지금 집이지. 본문
오늘은 참으로 요상한 하루다.
본가에서 독립해서 새 집으로 이사했다.
정신없이 짐 정리를 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사느라 마트와 다이소를 왔다 갔다 하고,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 신고를 하고, 내일 출근을 위해 필요한 서류나 준비물을 준비했다.
정말이지 못해도 이만 보는 걸었을 거다.
더군다나 나만 바쁜 게 아니었다. 공인중개사에서, 관리 사무소에서, 도시가스에서, 어제 주문한 인테리어 물품들 회사에서,
수많은 연락들로 인해 나의 핸드폰마저 끊임없이 진동음을 내뿜으며 소식을 알려야 했다.
정신없이 쏘다니고 계속 바지런을 떨다가 집에 돌아와서 문득,
'아 집에 가고 싶다'
.
.
.
'아 맞다, 나 지금 집이지'
익숙하고 정들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로 옮겨온다는 것은 늘 어느 정도의 센치함을 담고 있다.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랄까.
그게 좋았건 싫었건 말이다.
엄마랑 같이 살 때는 거실에서 들려오는 TV 소리가 싫어서 늘 방문을 꼭 닫고 있었는데,
내 집에 오니 고요함이 싫어서 반쯤 창문을 열어놓았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는 서로서로 지지고 볶고 부대끼는 그 생활상이 참 별로다 싶었는데,
내 집에서는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는 그 고요함이 참 어색하다.
분명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늘 독립을 동경해왔다.
그 생각은 바로 어제까지도 계속될 만큼 변함이 없었다.
근데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몇 달을 바라던 크리스마스 선물, 여름날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그 선물이
막상 내게 안겨졌을 때 느껴지는 그 떨떠름함?
정작 내 것이 되니까 어벙벙해지나보다.
이것은 관성의 법칙이다.
자꾸 이전의 익숙함으로 회귀하려는 관성.
허나 이전의 삶과 비교하면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
온전히 나만의 삶을 스스로 꾸려갈 수 있다는,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다.
다만 이 생활도 시간의 흐름을 기다려야겠지.
그러면 이 공간도 곧 나의 진짜 집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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