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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간호사로 첫 출근하기

세나SENA 2021. 6. 1. 21:34

배치받은 병동에 오늘 첫 출근했다.

병동은 종양내과.

 

 

'신규 간호사는 무얼 하나요?'

'신규 간호사는 하는 게 없습니다. 왜나면 아는 게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

하는 게 없다. 아는 게 없다.

그저 열심히 배울 뿐이다.

 

 

우선 출근하고 1층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입뺀을 당했다.

출입증도 없고 뭣도 없으니까 옆에 있던 경비원?에게 올라가시면 안 된다고 제제를 당했다가

'첫 출근이시죠?'라고 묻는 말씀에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니까

'문 열어드릴게요'라는 대답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병원 올라가는 입구에서부터 코쓱머쓱;;

 

엘베를 타고 병동까지 올라가니 입구가 떡하니 닫혀있다.

역시나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몰래 조용히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환자들이 여길로 드나들 때 나도 덩달아 스윽 들어가야 하나,

왕소심인 나는 혼자 굳게 닫힌 문 앞에서 한참 서성이다가 출입 벨을 눌렀다.

 

'저어...안녕하세요, 신규 간호사입니다. 오늘 첫 출...'

'네 들어오세요'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활짝 열려버린 문.

민망스러워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감춘 채 애써 태연한 척, 자신 있는 듯한 자세로 병동 스테이션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어디서든 신입으로 들어가면 인사를 열심히 하라는 것이 모든 직장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조언일까.

복장으로 보아 간호사인 듯한 사람들 모두에게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자기 업무에 온 신경이 팔려있는 그들에게 '나 여기 있다'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이윽고 수간호사 선생님을 만났다.

간호복과 명찰을 건네받고 옷을 갈아입은 뒤 본격적으로 병동 생활이 시작됐다.

수 선생님을 따라 한참 병동 전체 구조와 물품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또 다른 한 간호사 선생님께 내가 배정이 됐다.

 

 

 

 

그래서 오늘 한 일은 거의 다가 그 선생님을 따라다니면서 관찰하고 설명 듣고 계속 네네 하고 고개 끄덕이고 잔일 처리한 것^^

학생 간호사 때와 거의 똑같았다.

 

 

신규가 힘든 이유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근무 시간의 대부분을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강의도 50분만 들으면 지치는 데 8시간을 주구장창 배워야 한다면 어떻겠는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모르면 배워야지.

아직 초짜라 책임질 게 하나도 없고 주변에서 도와주려 한다는 건 참 다행이다.

 

 

발령받은 부서가 종양내과인지라, 데이 근무에서 내가 본 것은

항암제 투여하기, 항생제 투여 및 AST, 약 준비 및 투약, 라운딩, 차팅 등등이고

이브닝 근무 메인잡인 신환 받기와 이브닝 루틴 잡도 조금 봤다.

 

 

 

 

전체 업무를 다소 살펴본 결과, 나의 총평은 '이 정도면 나도 하겠는데?'

첫날부터 너무 오만한 판단인가?

구체적인 업무 내용, 특히 EMR과 차팅 관련해서는 모르는 게 많지만

자세한 것들은 배우고 나면 전체적인 업무 수행은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다 학생 때 장장 3개월의 실습 기간 동안 봐오고 수행해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것들은 앞으로 더 배우면 되겠지.

 

앞으로 최소 2주는 아무런 책임 없이 그저 배우기만 하면 되니

그 사이 기간 동안 더 열심히 들여다보고 메모하고 물어보고 그래야겠다.

다만 나의 발바닥이 얼마나 잘 버텨줄지 모르겠다^^

 

오늘도 버티면 어느새 8시간은 지나가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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