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의 뜻밖의 하루

2021.10.1 금요일날의 하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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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 금요일날의 하루

세나SENA 2021. 10. 2. 16:43

오늘부터 매일 내 일기를 꼬박꼬박 이곳에 올려보려 한다.

여기 나를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아무렴 어쩌겠는가?

그리고 혹시나, 호옥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 누군가가 있다고. 저 세상 밖에 당신 혼자만 있는 게 아니라 여기 나라는 이런 사람도 있다고. 그러니 내가 자그마한 위안이라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혹여나의 오지랖을 부려보고자 한다.

자, 그럼 각설하고 나의 일기장을 펼쳐본다.

 

 

 


 

 

오늘도 병원에 출근해서 나름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난다. 퇴근하고 나서는 한강에 달리기 하러 갔다. 내일은 주말을 맞아 아침 일찍 시골에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자야 한다.

 

아직도 헤어진 그 사람 생각이 하루 종일 난다. 마치 고요한 깊은 바다 아래, 저 밑 심연을 휘저으며 돌아다니는 거대한 고래처럼. 끊임없이 상념이 떠올랐다가 지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나는 나름 잘, 좋게 좋게 넘기며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한강을 달리면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그래도 연애하면서 참 멋있었구나. 한결같이 사람을 믿고 지키려 했다. 물론 그 기대는 깨졌지만 그래도 노력은 남는 것 아닐까? 과거는 영원히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 그건 곧 나에게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격이 주어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말이다. 사람은 떠났지만 그래도 연애를 통해 나 자신을 알게 되고 더 너른 세상을 품을 수 있구나 싶었다. 한강을 달리면서 눈앞에 펼쳐진 야경이 온통 내 세상 같았다. 가슴이 뻥 뚫리고 옅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집 정리를 하면서 10년 전 고등학교 때 일기를 읽었다.

 

그때의 일기에는 우울하다는 말이 굉장히 자주 적혀 있었다. 난 참으로 많이 우울해하는 아이였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슬픔이 많았었구나, 새삼 다시 떠올렸다. 10년 전의 나는 우울함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느꼈었던 것 같다. 대학 때도 우울함을 많이 앓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꽤나 심각하게, 여러 번 했었으니까. 하지만 우울한 게 지금은 굉장히 많이 줄었다. 때때로 서글픈 감정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힘으로 잘 빠져나올 줄도 알고 이젠 더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줄 아니깐. 슬플 때는 있어도 우울한 경우는 거의 없다. 작년 8월, 취준에 힘들어하던 때를 기점으로 많이 바뀐 듯하다. 어렸을 때, 세상에 대해 우울함, 죽음에 대한 생각 등으로 대처하던 때를 지나 이젠 좀 더 초연해지고, 나 자신을 믿을 줄 알고, 유연히 대처하게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어려서 우울감을 앓아본 것이 참 좋은 삶의 토양이 되어준 듯하다. 우울감도 어찌 보면 좋은 것 아닐까?  세상에 대해 무감각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으며 섬세한 감정을 지녔다는 말이니까. 그래서 지금의 내가 생각도 깊고 인생에서 얻은 교훈들이 많은 것 아닌가 싶다. 깊이가 깊은 사람으로 성장한 것 같다.

 

작년과 올해는 기쁨이 슬픔이 되고, 슬픔이 또다시 행복이 되는 일련의 과정을 본 시기인 것 같다. 나는 참으로 많이 성장했구나.

그리고 올해 남은 3개월 동안 질적인 성장을 이루고자 한다. 다이어트, 커리어, 경험 이 세 가지를. 그 이전과는 완전히 질적으로 다른 성취를 이루어야지.

그리하여 찬란한 2022년을 맞이하리라. 작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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